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국가보훈처 A 국장이 2017년 7월 'BH(청와대) 뜻'이라며 '사표를 낼지, 안 낼지 지금 결정하고 일주일 안에 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9월 취임한 윤 관장은 당시 임기가 두 달여 남은 때였고, 국가공무원법상 결격 사유도 없었다.

윤 전 관장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2017년 6~7월)하자, 국가보훈처는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됐던 보훈처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증언과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위와같이 국가보훈처나 다른 부처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작성·실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 문건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자체적으로 전국 공공기관장과 임원 명단을 정리해 놓고 전 정부 인사만 별도 관리했다"고 했다.

이와같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임기 만료 전 공공기관에서 물러난 일부 인사는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자마자 정부에서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으로 보냈다"고 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앞두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사퇴압박 ●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작년 8월 그만둔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보훈처에서 '그만두라'는 메시지가 왔다"며 "보훈처 국장·과장이 세 차례에 걸쳐 원주 본사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계속된 강요에 '내 뜻으로 그만두겠다'며 사직했다. 김 전 이사장은 "보수 정부의 '블랙리스트' 인사를 그렇게 비판했던 이번 정부가 같은 행위를 반복한 것"이라고 했다.

임기(3년)를 1년가량 앞두고 작년 4월 말 사임한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현 정권 외압 때문에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가 직접 사표를 쓰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법무부에서 사표 안 쓰느냐고 하더라'고 했다"며 "법무부가 공단 직원들도 동원해 사퇴를 압박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은 이런 의혹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일자, 컴퓨터 포맷 ●

작년 9월 28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한 거냐, 본인이 스스로 낸 거냐"고 묻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사표를 내시도록 부탁을 드린 것 같은데요. 그분의 임기는 아직 안 지나시고"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장관님이 직접 사표 내라고 하셨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직접은 아니고 아마 (환경부) 기조실장이 하셨다"고 했다.

이는 청와대 지침에 따라 산하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한 사실(블랙리스트)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이다. 이렇듯 환경부 등 부처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이인걸 특감반장 지시로 특감반원들이 전국 330곳 공공기관장 및 감사(監事)들의 재직 여부, 임기 등이 적힌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작성했다"며 "기관장들이 전 정부 당시 임명된 사람인지, 정치 성향이 어떤지 등을 함께 조사해 리스트에 포함했다"고 했다.

또 "이 특감반장은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며 사실상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특감반에서 검찰에 복귀하기 직전까지 특감반원 전원과 특감반 서무 컴퓨터에 이 리스트가 다 저장돼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의 검찰 복귀 직후 특감반 내부 컴퓨터를 모두 포맷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에 의혹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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